강동현


개인전
2019 - D632, ‘Donghyun Kang : presence in the past’, New York City, New York. USA

단체전
2020 - 졸업 전시회 (온라인), ‘Graduating Student Exhibition’, New York City, New York, USA
2020 - The Front, ‘Reflection : Pop up Art Show’, New York City, New York. USA


작가노트 내 25년 간의 한국생활은 표류의 시기였다. 매일 줄 끊어진 부표처럼 정처 없이 떠다녔고 이는 원치 않던 기억들을 만들어냈다. 그 기억들이 결합되어 트라우마가 되었고, 트라우마가 다시 파괴적인 행위를 야기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이자 가장 강렬했던 방황, 한 달을 거리에서 보내면서 불현듯 마음 깊숙한 곳에서 타오르는 화마(火魔)를 잠재우고 나아가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고 싶어졌다. 그렇게 찾은 미술은 내게 있어 단순한 표현 수단 이상이다. 언어가 되지 못해 곪아버린 나의 생각들을 캔버스 위에 흩뿌리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한 군데 모아 내 심연의 지도를 완성한다.
내 심연의 지도는 의식과 무의식이 압축되어 만들어지는 세계로, 미묘하면서도 규정되지 않은 세상을 보여준다. 때문에 엄격한 기준과 방대한 시간 투자에 기초한 작품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내 트라우마와 일그러진 기억들을 재현하고 나아가 나의 감정적 투쟁을 묘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된다. 그리고 색, 모양, 구성, 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속적인 소멸적 소거와 포용을 만들어낸다. 시각 언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내 심연의 지도 역시 더욱 정확해진다.
붉은 세계는 이러한 실험 과정 중 중요한 단계이며 나아가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팔레트와 같다. 나는 이제 세계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색부터 차레차례 소거해 나가고, 그 결과 붉은 색만이 남아 세상을 뒤덮는다. 붉은 세계에서는 사랑과 분노, 생명과 죽음과 같은 요소들이 대척점에 자리하여 관계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모순적인 관계성은 존재와 소멸을 동시에 꿈꾸는 나의 욕구로 확장된다. 나는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파편화된 신체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파편화된 신체는 개별로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본체에서 잘려나간 이후에는 썩어 문드러저 사라진다. 이는 의식적으로는 죽음을 바라지만 무의식적으로 생존을 갈망하는 나의 자아를 반영하는 듯 하다. 또 함께 등장하는 비일상적인 소재들은 우리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킨다. 작품 속 모호한 형태와 경계선은 이러한 나의 방황을 보여준다.
일부 작품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이러한 나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악몽에 등장할 법한 형태의 단어나 의성어를 배치하여 현실과 그 너머의 경계를 흐려 냈다. 그리고 익숙한 알파벳이 아닌 한글을 사용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모호하고 비일상적인 감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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