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지방에서 상경,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만난 학생운동과 여성학 강의 덕에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NGO 활동가로서 소수자 인권을 위해 싸우다, 대학원에 진학 여성학을 전공했다. 삼십대를 거치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그간 애정을 담아 그려왔던 그림들을 모아 회화과 대학원에 진학, 예술학을 공부하는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

개인전
2022 ‘숲의 이미지, 이미지의 숲’, 오솔 갤러리
2022 ‘Me, myself and my trees’, 갤러리 현
2022 ‘인간이 나무와 대화하는 방법’, artspace 4log

단체전 및 수상
2022 대전 테미오래 레지던시 프로그램
2022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 부설 갤러리 한옥 청년작가공모전 우수상 수상
2022 ‘평화를 준수하라’, 전태일기념관
2022 ‘서로 드로잉-초평면’, 서로 예술공간
2022 ‘봉인해제’, 대전 테미오래 레지던시 프리뷰전
2022  ‘나노사회’(메인작가 선정), 제19회 청년아시아미술제, 성산아트홀
2021 ‘미술관 월세살이’, 그룹전. 백악미술관
2021 ‘909-3, 빈집 프로젝트’, 스튜디오 속
2021 ‘새로운 희망’. 차화정 프로젝트(티파니에서 아침을 펜션)

작가노트

나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언어를 번역한다.
인간의언어로번역될수없는것을번역하는것의의미에대해생각한다.인간의언어를사용하지않는존재들. 타자로존재할수밖에없는,인간이지배하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비 존재’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이미지는 도시 속 식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스산한 겨울, 도로에 길게 늘어선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들. 콘크리트 벽면을 뒤덮고 있는 말라붙은 덩굴들. 식물은 전통적으로 문명, 도시와 대비되는 존재들로 여겨져왔고, 인간과 함께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소외된 상태로 존재한다.
도시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기획한 대규모 공간이다. 도시에서 인간을 제외한 존재들은, 이를 테면 식물은 규제, 관리되는 대상으로써 인간이 정한 규칙에 따라 통제된다. 이들 대상은 인간의 소유물로 전락,
본연의 언어를 잃어버린 채 인간의 언어와 의도가 투영되는 대상으로서 인식된다.

작업에서 드러나는 나무의 이미지는 부드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자연의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뾰족한 잎매, 날카롭고 가늘게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뒤틀린 채 엉켜있는, 이어지지 않고 단절되는 형상은 어둡고 부정적이다.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의 기획들은 이미 많은 부정적 효과들을 낳고 있다. 나의 이미지, 즉 타자들의 언어-는 이러한 폭력성의 효과들을 대변하고 암시한다. .

나는 단색 펜을 이용한 짧은 터치를 반복해서 면을 메워간다. 반복적 행위는 잉크의 농도에 따라 다양한 촉각적 효과를 드러낸다.
한지는 코팅된 캔버스 면과 달리 재료를 흡수하고, 이는 반복적 행위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레이어를 만들어낸다.
무의식적 드로잉은 나무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정동(affact)을 불러일으켜 작품의 이미지를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작품은 한지 4장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각각 천장에 매달아 설치하는데, 전시 공간의 특징에 따라 한 쪽 면이 90도를 이루도록 기울여 설치할 수 있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의 이미지는 이어지는 형태이므로, 4장을 모두 90도로 접어 설치하면 ‘방'의 형태가 된다. 시작과 끝이 없는 이 미지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는 이미지와 관객만이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유도한다. 관객을 위한 이미지 전달이 아닌, 말하자면 이를 거꾸로 뒤집는 행위다. 인간의 언어 이전에 존재했던, 혹은 언어를 초월하는 이미지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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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정 프로젝트